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문제를 놓고 동상이몽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흡수통합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민의당은 당 대 당 통합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일단 서로의 내부 의견 수렴을 기다리겠다는 상황이지만, ‘국민 형제’가 내년 대선 직전까지 통합을 못 이루고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6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합당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당의 시간 계획표를 확인하고,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뜻이 확인되면 그 뜻에 따라서 (합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인물, 세력이 결국 한 틀에서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 간 합당 문제에 대한 내부 교통정리를 이번 주 내 마무리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합당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흡수통합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합당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102석을 가진 제1야당이지만, 국민의당은 3석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라며 “오늘 합당하겠다고 하면 내일 할 수 있다”고 같은 논리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과거 2006년 자민련(당시 1석), 2012년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8석)와 선진통일당(4석)을 흡수통합했던 경우와 다를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규모인 만큼 국민의당이 들어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또 당내에서는 국민의당이 당 대 당 통합 과정에서 지나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흡수통합을 경계하면서, 당 대 당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압승에 안 대표의 공이 컸던 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논의에 불을 붙였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오 시장을 도왔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흡수통합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흡수통합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겠다. 두 당이 합치게 되면 새로운 틀에 걸맞은 새로운 내용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흡수통합은 그냥 틀만 바꾸겠다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또 안 대표가 지난 2014년 2석에 불과한 새정치연합을 이끌 때 제1야당이던 민주당(126석)과 대등 합당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은 통합에 대한 진정성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결혼을 약속한 건 변함없지만, 식장을 언제 잡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도 이날 “내년 대선 때 야권의 혁신적인 대통합과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큰 목적에 동의한다면 여러 가지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무리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