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은 美 제재 탓” 비판한 中기업 화웨이

입력 2021-04-13 14:18

중국 정보기술(IT)기업 화웨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촉발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1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화웨이 에릭 쉬 순회회장은 투자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은 미국이 중국 기업에 부과한 규제 때문에 생긴 것이며,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기업들이 3~6개월치 재고를 쌓아두는 반도체 사재기를 하면서 공급사슬이 무너지고 반도체 대란이 발생했다”고도 했다.

쉬 순회회장은 반도체 공급난의 원인이 ‘미국의 제재’에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화웨이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내 지식재산권과 기술 접근 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지난달 화웨이는 2020년 전 세계 매출이 8914억 위안(약 153조4000억원), 순이익은 646억 위안(약 1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대비 각각 19.1%, 5.6%씩 감소한 금액이다.

쉬 순회회장은 미국의 제재 조치로 다수의 기업들이 반도체를 비축하기 급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은 재고 없이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 결국 화웨이에 대한 부당한 제재로 인해 미국도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미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5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국 SMIC는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반도체 초미세가공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은 생산기업들에 닥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와 수요 예측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점점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의 NXP, 인피니온, 삼성전자 공장 등은 북극발 이상한파로 생산을 멈춘 바 있다. 지난달엔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판매량이 급감했던 자동차 업계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탓에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