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11일(현지시간)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에 대해 “핵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나탄즈 핵시설 사고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철통같은 동맹을 재확인해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 프레스TV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으며 이로 인한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이란 측은 “이런 비열한 행위를 비난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 사용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곳으로 전날 이란 정부는 ‘핵기술의 날’을 맞아 이곳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5·IR-6 가동 행사를 열었다.
핵시설 사고 발생 뒤 이스라엘 언론은 나탄즈 핵시설 사고의 배후에 이스라엘 당국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영 칸 라디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 비밀 첩보기관 모사드의 공작”이라며 “이란 시설의 피해는 이란 측에서 밝힌 것보다 크다”고 전했다.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 사고 발표 후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7월 이란 나탄즈 원전 최신형 원심분리기 조립공장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몇시간 뒤 텔아비브에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지속적이고 철통같다”고 말했다. 이에 간츠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새로운 협정이 미국과 세계의 중요한 이익을 확보하고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역의 군비 경쟁을 막을 수 있도록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복원 노력에 비판적인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미국과 이란과의 핵 협상 과정이 원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핵합의 협상이 열린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측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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