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연이어 사표를 내거나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방역 상황과 인종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동시에 뒤얽히면서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코로나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국 50개주 시장들이 재출마를 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인구 1만7000여명의 해안 소도시 뉴버리포트에서 4차례 시장직을 맡고 있는 도나 홀러데이 시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주 린의 시장직을 맡고 있는 토마스 맥기 역시 최근 사의를 밝혔다. 메사추세츠 주 시협회에 따르면 주 내 시장 5명 중 1명이 차기 출마 의지를 접었다.
방역지침에 대한 분노가 이어지면서 좌절감을 호소하는 시장들도 있었다.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의 그로버 로빈슨 시장은 “보건지침에 대한 정치화된 반응에 좌절스럽다”며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밖에도 일리노이와 미시시피, 워싱턴 주 소속 시장들도 일찌감치 차기 시장 선거를 포기했다.
NYT는 “시장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생사 문제를 저울질하게 됐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면서 “셧다운을 연장하고 모임을 취소시켰지만 사람들을 만나 위안을 줄 수 없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치안과 인종 문제 역시 시장들의 골칫거리다. 전염병의 진원지로 중국 등 아시아가 지목되자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뉴욕경찰(NYPD)에 접수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2019년 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8건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이번 달까지만 최소 35건이 접수됐다.
NYT는 “(시장들이) 한 가지 이유로 사퇴나 불출마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는 치안과 인종 정의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지도자에 대한 압박이 증가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어 가족들 역시 물러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