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둘러싼 갈등 예고

입력 2021-04-12 14:30

광주지역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둘러싼 집행부와 노조 간 첨예한 갈등이 예고된다. 자치구를 이끄는 구청장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도입 여부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5개 구청장협의회는 13일 정기회의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논의 안건으로 상정해 도입 여부와 시행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청장협의회 결정에 따라 지난 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의 발표를 계기로 공론화된 점심시간 휴무제의 구체적 도입 방식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가 다음 달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춰 전면 휴무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이용섭 광주시장이 즉각 적절치 않다고 반대의견을 표명한 게 구청장들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이 시장은 공무원 노조의 발표 다음 날인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상이 바뀌었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 시민의 서번트(봉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직자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야 시민들이 편하고 그것이 공복의 자세”라며 우회적이지만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공직자 본분과 자세를 강조한 이 시장의 반대의견 이후 시 본청은 이미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민불편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보다는 번갈아서 점심을 먹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청장협의회가 안건으로 삼아 공식 논의하는 절차 역시 형식에 그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상급기관인 시청의 수장인 시장의 신속한 반대입장 표명으로 전면 도입보다는 시행 연기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다.

구청장들은 시행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무 공백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무인민원발급기 추가구매·민원실 현장 배치에 일정이 빠듯하다는 입장으로 파악됐다.

구청장들은 협의회 정기모임에서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이면 각 자치구 노조와 면담을 하고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늦추자고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부동산 거래에 필수적인 인감증명서 발급 등은 무인발급기로는 불가능한 만큼 ‘점심시간 당직자’를 남겨두는 등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는 휴무제가 이미 2018년 집행부와 단체협약을 거쳐 합의된 것이라며 격무부서 공무원들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이 제도를 더 이를 미룰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지방공무원복무규정 제2조(근무시간 등) 제2항에 “지자체장이 직무의 성질, 지역 또는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1시간 범위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그동안 해당 공무원들은 점심을 아예 거르는 등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해왔다“고 밝혔다.

구 민원실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 편의를 위한다는 일방적 명분으로 대부분 점심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각 자치구의 통일된 점심시간 휴무제 운영을 통해 시민 혼선을 줄이고, 적절한 휴식시간 제공을 통해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강행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구청장협의회가 시행 시기 연장에 합의할 경우 공무원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게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2017년 2월 경남 고성을 시작으로 경기 양평(2017년 7월), 전남 담양·무안(2019년 9월), 전북 남원(2021년 1월)에 이어 경기 수원시가 지난달 이 제도를 도입했고 전남 장성군도 6월부터 민원봉사과와 보건소, 읍·면 행정복지센터 등 전 부서에서 이를 시행한다. 각 법원 민원실도 2020년 1월부터 점심 휴무제를 채택했다.

노조 관계자는 “무인발급기 등 기반 구축을 핑계로 3년 동안 제도 시행이 미뤄졌다”며 “구청장협의회 결정을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