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신뢰관계인이나 유관 단체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인신매매 식별절차를 실시해야 한다고 12일 권고했다.
이주여성 단체 등이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태국 국적의 피해자 A씨는 지난해 2월 마사지 업체 성매매 도중 경찰 단속을 피하려 4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은 사고 당일 여러 환자가 함께 있는 병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실시했다. 신뢰관계인 동석 및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에 대한 권리고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헌법 제10조, 제12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A씨에 대한 조사가 여러 환자가 입원해 있던 다인실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자의 수치심을 고려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성매매 혐의를 조사한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인권위는 “이주 여성 등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 등이 취약한 계층을 수사할 때는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단체와 연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A씨가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이 식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태국에서 에이전시로부터 허위 근로정보를 받고 한국에 입국한 점, 에이전시에게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 일을 했던 점 등을 근거로 인신매매 피해자인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방식 및 보호조치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일선 경찰관서에 전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