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워줘?’ 13살 가출 청소년 집으로 유인 20대 실형

입력 2021-04-12 09:38 수정 2021-04-12 11:05

가출하겠다는 13살 청소년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유혹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양은상 부장판사는 12일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된 A씨(2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미성년자 유인죄는 미성년자를 기망, 유혹 같은 달콤한 말로 꾀어 현재의 보호상태로부터 이탈하게 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하에 옮기는 것이다.

미성년자 유인죄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알면서 유인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성립하고, 유인하는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까지 인식할 필요는 없다. 또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유롭게 승낙했더라도 죄가 성립될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9일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B양(13)이 가출하겠다고 하자 “재워줘?”라며 택시를 타고 자신의 주거지로 오게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카카오톡 대화 중 B양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당시 “내가 보낸 주소 잘 적어 택시기사님한테 가 달라고 해라” “도착해서 전화하면 내가 계산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B양을 유혹했다.

실제 B양은 탑승한 택시에서 기사의 휴대전화를 빌려 A씨에게 전화했고, A씨는 B양에게 자신의 주거지 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후 들어오도록 했다.

양 부장판사는 “B양이 A씨의 집에 가게 된 경위, 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A씨가 B양을 ‘유혹’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B양이 가출하겠다고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자발적으로 A씨의 집에 왔다고 해도 미성년자유인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양 판사는 “유혹의 내용, B양이 가출해 A씨의 집으로 간 점, B양이 A씨의 집에 온 후 상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B양을 자신의 사실적 지배하에 옮긴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