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친모 前사위 “창자 끊어지는 고통…엄벌” 靑청원

입력 2021-04-12 08:32 수정 2021-04-12 10:47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어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언니’로 밝혀진 A씨(22)의 전남편 B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의 엄벌을 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에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 없다”면서 “A씨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이(숨진 아이)를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 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를 옆에 재워둔 채 밤새 집을 나간 A씨를 뜬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가 지나갈 거라 믿었다”며 “그런데 다음 날 들어온 A씨가 ‘남자가 있다. ○○이가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해 그 남자가 ○○이 책임져 주겠다고 했느냐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엄마 될 자격 없으니까 나가라’고 말한 뒤 ○○이와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려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가 안겼다”며 “그 순간이 지금도 너무 원망스럽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B씨는 아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아빠가 돼야겠다고 다짐했고, 자신이 떳떳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올 때까지 A씨에게 잠시만 아이를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 아래층에 A씨 부모도 거주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이의 곁을 떠난 B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두 달가량을 보냈다.

B씨는 “조금씩 회복하며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A씨가 만나는 남자가 대기업을 다니며 돈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남자가 ○○이를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제가 ○○이 한번 보러 가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이듬해 겨우 한두 번 보러 갈 수 있었다”면서 “장인·장모가 돌봐주고 새 남자가 아껴줘 저 없이도 잘 지낸다는데, 더 이상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구미 3세 여아 생전 모습. 방송화면 캡처

B씨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본 뒤에야 당시 ○○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해 4월쯤부터 A씨가 아이를 집에 버려 놓고 새 남자 집에 가서 지냈던 것이다. B씨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이라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당시 느낀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그러다 A씨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고 해 시기를 계산해보니 집에서 제가 나가기도 전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얼마나 그 남자 애를 갖고 싶었으면 수십 개의 테스트기를 사서 매일 임신을 체크했을까. 그렇게 갖고 싶던 애가 들어서고 배가 불러오니 ○○이는 점점 눈 밖에 났나 보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8월, 그나마 평일 낮에라도 집에 가서 ○○이를 챙기는 것도 귀찮아진 A씨는 어느 날부턴가 빵 몇 조각과 우유 몇 개를 던져 놓고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며 “새 아이를 곧 만나게 될 테니 헌 아이는 보기 싫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고 A씨는 ○○이가 굶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이 지나갔던 8월, 먹을 것도 없고 옷에 똥오줌 묻혀가며 쓰레기 더미에 기대 지쳐갔을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만 같다. 저는 왜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라고 토로했다.

B씨는 “A씨는 희대의 악마이고 살인마”라며 “어떻게 새 남자와 신혼처럼 밤을 보내기 위해 그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일 동안 혼자 내버려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힘을 모아 달라. A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 달라”며 “더불어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초 A씨는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A씨의 어머니인 C씨(49)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