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발생 논란으로 한동안 접종이 보류·연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2일부터 재개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그간 부분적으로 보류하거나 연기해 왔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지난 8~9일 접종 예정이었던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등 14만2000여명이 이날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다. 접종이 잠정 보류됐던 만 60세 미만 3만8000여명도 다시 백신을 맞는다.
추진단은 앞서 유럽을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특이한 혈전 증상이 잇따라 보고되자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보류했으나 전문가 논의를 거쳐 접종을 재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문제가 된 희귀 혈전증인 뇌정맥동혈전증(CVST)과 내장정맥혈전증 사례가 아직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신고가 3건 있었지만 이 가운데 2건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1건은 인과성은 인정됐으나 희귀 혈전증의 대표적 증상인 혈소판 감소 등이 나타나지 않아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이 인정한 부작용 사례 정의에 맞지 않았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이런 점을 토대로 “접종에 따른 이득이 접종 후 매우 드문 특이 혈전증의 발생으로 인한 위험을 상회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지속 접종을 권고했다. 다만 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에 있어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혈액응고장애 자문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잠재적 이득과 위험을 연령대별로 비교한 결과 30세 미만에서는 위험 대비 이득이 높지 않다고 평가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2분기(4∼6월) 접종 대상자 가운데 3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초 계획된 2분기 접종 대상자 가운데 30세 미만은 약 64만명이다.
그러나 접종 계획이 다시 한번 꼬이면서 그 여파도 이어질 전망이다. 추진단은 30세 미만 연령층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만 밝혔을 뿐 이들이 언제, 어떤 백신을 맞게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전날 관련 질의에 “30세 미만에 대해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며 “백신 수급과 도입 상황에 따라 어떤 백신을, 어떤 시기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보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들에게 맞힐 수 있는 제품은 화이자 백신뿐인데, 물량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화이자 측과 개별 계약한 백신 1300만명분 가운데 350만명분(700만회)이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 물량은 만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약 379만8000명)에게 배정된 상태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받게 될 14만8500명분(29만7000회분)은 6월에야 들어올 전망이다. 더욱이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두 차례 맞아야 해 2차 접종용 비축분을 마음대로 앞당겨 쓸 수도 없다.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등 정부가 계약한 다른 백신은 아직 국내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당장 선택지로 고려하기는 어렵다. 얀센의 경우 품목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도 물량조차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55세 혹은 60세, 65세 등 고령층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한 것과 달리 접종 제외 대상을 30세 미만으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