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캐딜락 XT4가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주행 퍼포먼스를 앞세워 SUV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층 사로잡기에 나선다. 실제로 타본 XT4는 엔트리급 SUV임에도 상위 차급에나 있을 법한 고급 편의사양과 주행 성능이 더해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서 경기도 파주 일대를 오가며 XT4를 몰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화려한 외관이었다. 전면부는 캐딜락 엠블럼을 품은 유광 블랙 매시 그릴 등이 조화를 이뤄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인상을 줬다. 후면부는 독특한 수직 L자형 라이팅 시그니처가 적용돼 XT4만의 특별함이 묻어났다.
차의 곳곳에서 ‘튼실함’을 강조한 미국차의 감성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차체의 뼈대가 두껍고, 문짝은 무거워 안정감이 느껴졌다. XT4는 각 차체 접합 부위에 고장력 강철 기반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주행 시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해보니 큰 엔진소음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 치고 나가는 게 좋았다. XT4에는 최대 238마력의 힘을 내는 2.0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일반 도심에서 추월 등을 하기에 충분한 힘이며, 때로는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주행을 할 수도 있다.
주행모드는 투어와 사륜구동, 스포츠, 오프로드 등 4가지를 지원한다. 투어는 일상적인 2륜구동 모드이며, 사륜구동 모드에선 뒷바퀴에서도 동력이 전달돼 마치 밀어주는 것 같은 확연한 힘 차이를 느껴볼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에선 가속 시 경쾌한 엔진 배기음이 더해졌다.
XT4는 프리미엄 소비자들을 겨냥해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 마사지 시트를 적용했다. 직접 지압의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운전이 지루해질 때쯤 피로감을 줄여줘 요긴하게 사용했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적용된 리어 카메라 룸미러도 특색 중 하나였다. 거울이 아닌 후방부를 비춰주는 카메라 화면이 룸미러에 송출된다. 흔히 보는 거울형 룸미러보다 후방 시야가 넓어 운전에 도움이 됐다. 수직 앵글 및 밝기 조정도 가능하지만 야간주행에서 거울형 룸미러보다 화면이 다소 어둡게 송출되는 점은 아쉬웠다.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내비게이션 앱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기능도 적용됐다. 리어 카메라 미러와 실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은 전반적으로 동급 차량보다 선명해 시인성이 좋았다.
차가 스스로 도로 및 교통상황을 파악해 앞뒤 차량 간격과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전방 충돌 경고, 자동 제동 시스템 등도 탑재됐다. 전방 차량 급정거 시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메시지가 뜨고, 자동 제동이 무난히 작동했다. 다만 ACC는 조금 더 정교함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XT4는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5531만원에 책정돼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