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접종 제외, 왜 ‘30세’가 기준일까

입력 2021-04-11 16:48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주사기에 옮겨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2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재개하면서 만 30세 미만은 제외키로 했다. 30세가 기준이 된 데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가 AZ 백신을 맞았을 때 얻는 이득이 접종으로 인한 위험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이 발표한 혈액응고장애 자문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9세는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해 오히려 사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향후 3개월간 매일 1200명의 확진자가 나오거나 향후 6개월간 매일 6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가정한 뒤, 전체 인구가 백신 접종을 받았을 경우 예방되는 코로나19 환자 사망 건수와 혈전으로 인한 사망 건수를 연령별로 추정했다.

그 결과 20~29세 연령대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환자 2.8명의 사망을 예방했지만, 접종 후 혈전으로 인해 오히려 4명이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으로 얻는 예방 효과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30~39세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6.9명의 코로나19 환자 사망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혈전 발생으로 인한 사망은 이보다 적은 4명으로 예측됐다.

40대 이상으로 갈수록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혈전 생성 위험보다 월등하게 커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80세 이상의 경우,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822.5명, 위험은 1.2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방역 당국은 30세 미만은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백신으로 얻는 이득과 위험을 연령별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희귀혈전증이 젊은 연령에서 더 흔히 발생하는 추세가 관찰됐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 감염과 사망의 위험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현저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특이 혈전증이 대부분 60세 미만의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양상을 보여 접종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방역 당국 설명에 따르면 백신으로 인한 희귀 혈전 발생률은 우리나라에서는 약 100만명당 1.3명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유럽의약품청은 100만명당 6.5명 수준으로 발표해 국내보다 5배 정도 높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60세 이상, 프랑스는 55세 이상에 대해서만 AZ 백신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은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은 초기에 젊은 여성 의료진에게 AZ 백신 접종이 집중돼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크리스티안 베렌트 함부르크 대학병원 심혈관 전문의는 “갱년기 전 여성들은 호르몬 적인 이유로 혈전증에 걸리기 쉽다”면서 “피임약을 먹거나, 흡연을 한다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