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멘토 문정인 “미국 편, 한반도 평화 담보 어렵다”

입력 2021-04-11 15:13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초월적 외교’가 한국의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1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 견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한 대답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 밀착 행보를 보이면 “중국은 북한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고, 러시아도 가세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부담이 한없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문 이사장은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한 해답으로 ‘초월적 외교’를 제시했다. 미중 대립이 지속되면 한국의 선택지가 제한되는 만큼, 대립을 완화하고 중립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월적 외교에 대해 “어느 진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중 충돌을 막고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외교”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한국이 중국에 가까운 것으로도 비친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 일변도로 방향을 잡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일본의 외교에 대해서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동적이고 과도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이 과도하게 미국 편을 들면 미중 신냉전 고착화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한일 모두 안보 부담이 늘고 경제면에서도 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2월까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내 문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안보 멘토로 불린다. 따라서 문 이사장의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