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큰딸 살해에 필요하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

입력 2021-04-10 05:36 수정 2021-04-10 10:27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4)이 일주일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면서 범행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숨진 A씨의 가족 모두를 죽일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9일 김태현을 검찰에 송치한 직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김태현이 그 이유를 알고 싶고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가만 경찰은 김태현의 일방적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온라인게임에서 A씨를 알게 됐으며 몇 차례 함께 게임을 하고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다 올해 1월 세 차례 만났다.

지인들과 함께한 1월 23일 만남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이튿날 A씨는 김태현에게 자신에게 연락하거나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태현이 연인 관계가 아니라고 했고 지인들도 (두 사람은) 교제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을 결심한 뒤 김태현은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자신이 평소 잘 쓰지 않던 아이디로 닉네임을 바꾼 뒤 A씨에게 말을 걸어 A씨가 업무 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대를 확인하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를 마친 김태현은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뒤에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아파트에 침입했고 A씨의 동생,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범행 당시 여동생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김태현이 운동복을 미리 준비했지만 완전범죄를 의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진술상으로 (미리 준비한 옷에 대해서는) 김태현 본인이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취지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김태현은 범행 후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A씨가 공통으로 알았던 사람들의 연락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계 등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후 자해를 시도했으며, 의식이 돌아오자 집에 있던 맥주·주스 등 음료를 마신 뒤 재차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김태현에 대해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인권감독관·주임검사 면담 후 서울동부구치소에 입감할 예정”이라며 “유족 등 피해자를 위해 긴급 장례비 1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