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음란행위를 유도해 이를 촬영한 뒤 지인과 가족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금전을 요구하는 디지털 성범죄, 이른바 몸캠피싱의 피해를 본 미국의 10대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WWNY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 인근에 사는 라일리 배스포드(15)는 10대 소녀로 위장한 사기꾼에게 속아 자신의 개인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송했다가 몸캠피싱의 피해자가 됐다.
사기꾼 일당은 라일리에게 3500달러(약 392만 원)를 요구하며 보내지 않으면 개인적인 사진을 SNS에 올려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주변에 이를 털어놓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던 라일리는 지난달 30일 떨어져 살고 있던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와 새어머니, 삼촌 등 가족들에게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년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협박을 받기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라일리의 부모는 뉴욕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아들이 몸캠피싱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일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온종일 범죄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당혹스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은 아들은 극단적인 선택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여긴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뉴욕 경찰은 최근 라일리와 유사한 사례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뉴욕 시민들과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주 경찰 측은 “범죄자들은 SNS에서 10대 청소년들과 팔로우를 맺으며 친해진 뒤 신뢰를 얻고 이 과정에서 음란한 사진 및 동영상을 요구한다”며 “이를 확보한 후에는 수천 달러의 금전을 요구하고 협박하는 패턴이며 이러한 범죄자의 접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언제 어디에서 온라인 서핑이나 채팅을 해야 하는지 규칙을 정해두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욕 시민들은 라일리를 추모하며 몸캠피싱 같은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일 뉴욕 포츠담에서 열린 라일리의 추모식에는 수백 명의 뉴욕 시민들이 모여 풍선 수백 개를 하늘로 날리며 라일리의 안식을 기원했다.
또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는 라일리를 추모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모금된 금액은 8일 아침 기준 4만 달러(약 4487만 원)로 장례비용과 라일리 이름의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