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 협치를 부탁한지 하루 만에 시 의장이 광화문 광장 공사와 TBS(옛 교통방송) 개혁 등을 두고 견제구를 던졌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두고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혈세 낭비”라며 “혼란만 초래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님이 뜻대로,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닐 것이다.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광장 공사에 회의적인 오 시장이 취임한 지 하루 만에 시의회가 즉각 견제에 나선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기간 광화문 광장 공사에 대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며 비판한 바 있다.
김 의장은 편파성 논란에 휘말린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송출하는 TBS에 대해서도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지원 중단·삭감안이 제출된다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향후 오 시장의 방침을 무조건 따르진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오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를 두고 “TBS의 설립 목적이 있다. 교통·생활정보의 제공”이라며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특히 그가 선거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 문제를 제기한 만큼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다만 TBS는 지난해 별도 재단으로 독립해 서울시의회가 예산권을 쥐고 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이 당장 TBS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과 시의회의 향후 관계는 19일 오 시장 처가 내곡동 땅 관련 행정사무조사 실시건에 대한 시의회 결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 의장은 “시의원들의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여론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