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오세훈 시장, 힘겨루기 시작…내곡동 땅 조사건이 분수령

입력 2021-04-09 14:45 수정 2021-04-11 10:31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시의회 의장실을 방문해 김인호 의장(오른쪽)과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박원순 지우기’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시의회와 대립한 끝에 주민투표 실시로 사퇴했던 오 시장이 이번에는 시의회와 타협을 택할지 아니면 또다시 정면 돌파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혈세 낭비다. 혼란만 초래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시장님이 뜻대로,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닐 것”이라며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광화문광장 공사에 대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 의장은 편파성 논란을 낳은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송출하는 TBS(옛 교통방송)에 대해서도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지원 중단·삭감안이 제출된다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해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정치적 논평은 하지 말고)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서울시의회와 오 시장의 힘겨루기는 오는 19일 시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오 시장 처가 내곡동 땅 의혹 관련 행정사무조사 실시건을 의결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여론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8일 오 시장과의 첫 면담에서 “시장님이 내공 많이 쌓으셨다고 하고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해서 잘 하실 걸로 믿고 있다”며 “로마가 승리하고 성을 쌓지 않고 길을 냈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시장님이 소통의 길, 코로나로 너무 서민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이 신음하는데 길을 내는 시장이 되셨으면 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소통이 필요하다. 제가 속한 정당이 소수정당이라 솔직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들의 편익과 행복을 위해 일하면 소통도 되고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오 시장 취임으로 서울시 정책의 대전환이 예상되지만 서울시의회의 협조가 없으면 각종 조례 제·개정, 예산안 처리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2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드한 주택공급 등 신속한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시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시의회도 이번 선거에서 무서운 민심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근거없이 시 집행부에 무조건 반대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 시장이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