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치밀하게 범행 준비한 김태현…“연락 차단된 이유 알고 싶었다”

입력 2021-04-09 12:21 수정 2021-04-09 13:14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구속)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김태현이 범행 일주일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슈퍼마켓에서 흉기를 훔친 뒤 피해자 3명의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살해한 혐의(살인·절도·주거침입·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김태현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주거지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김태현은 세 모녀 중 큰딸을 지속해서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을 살해한 현장에서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접속해 대화기록 등을 검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피해자 1명과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 내용을 검색하고 이들의 수신을 차단했다”면서 “SNS 등에도 접속해 지인들의 연락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김태현과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게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팅방에서 알게 됐다. 지난 1월에는 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만나 게임을 함께하기도 했다. 김태현은 게임을 하며 피해자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는 지난 1월23일 김태현과 다툰 뒤 연락을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만남이나 연락이 차단된 이유를 알고 싶어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가 나 살해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서 김태현은 범행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에서 살해 방법을 검색했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아이디로 닉네임을 바꾼 뒤 피해자에게 말을 걸어 집이 비는 시간을 확인했다. 범행 직전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초기화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사안을 스토킹 범죄로 보고 있다. 다만 스토킹 자체를 혐의로 적용할 수 없어 범행과 관련된 혐의를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은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긴급 장례비 1200만원을 지원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