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응이 정부 방침에 순응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원순 전 시장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와 대립하며 독자노선을 택했던 것처럼 오 시장이 문재인 정부와 코로나19 대응에서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9일 시청에서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점검했다. 오 시장은 “백신 공급 속도가 국제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뒤떨어져 있다. 우선 백신 수급이 매우 부족해서 비슷한 국력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가장 늦은 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일시 중단으로 인해서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도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 지체로 집단 면역이 늦어지는 것은 민생경제와 가장 밀접하게 직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 상황이라면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를 졸업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내년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폐업위기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거리두기는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담보로 한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틀어막기 식 거리두기는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정부보다도 서울시가 해야 될 일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 하는 반성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가 정하는 1, 2, 3단계에 순응했을 뿐이지 절규에 가까운 소상공인의 불편함과 호소에 대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그분들의 고통을 줄여주면서 방역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노력했는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제는 바꿔야 한다. 서울시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영업금지와 같은 일률적인 규제를 더이상은 수인하기가 힘들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괄적인 ‘오후 10시 이후 영업 금지’ 등의 방식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서 재검토해보라고 했다. 그는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끝낸다 하면 대중교통에 시민들이 많이 몰릴 수 밖에 없고 역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어떤 업종은 오후에 출근하는 업종이 있는데 그런 업종은 완전히 영업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그런 상황을 무려 2년 동안 시민들에게 감내하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업종별, 업태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매뉴얼 만들어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정립하는 방안을 준비해달라”면서 “거리두기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시민 일상침해, 특히 자영업자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 모든 실·국·본부가 부서와 관련 있는 각종 단체들과 접촉을 시작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업종별 매뉴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업종별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다. 굉장히 정교한 매뉴얼이 있어야 할 시점에 아직도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만 지켜오면서 중앙정부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신속한 검사를 위한 일회용 진단키드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신속한 검사가 일상 속에 반복되는 감염원을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며 “최대 30분, 어떤건 10~20분 내에도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일회용 진단키트도 이미 FDA 승인 나온거로 확인됐다. 외국에선 사용하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일회용 키트에 대해 중앙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회용 키트 도입되면 셀프검사 가능하다고 한다. 검사량 획기적으로 늘려서 확진자 찾을 수 있고 거리두기 개편과 함께 동시에 시너지 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부작용이 있어 보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 조언 받아서 큰틀에서의 방향이 서울시발로 될 수 있도록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국내업체들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고 널리 사용된다는데 우리는 오히려 사용을 주저한 것 아닌지 깊이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의료 현장의 애로 사항도 적극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우수 공공의사를 유치해서 공공의료를 강화할 방안은 없는지 검토해달라. 공공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방문한 1호 접종센터에서도 업무교대 원활하지 않다는 의견 들었다”면서 “공공의사의 채용방식과 처우를 전면 손질했으면 한다. 서남병원, 서북병원이 의사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데 그 가장 큰 원인은 처우에 있다고 들었다. 건강을 챙기는 일선에서 가장 고생하시는 의료진이 처우때문에 정원을 못 채우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리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은 올해부터 시립병원,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공의사의 채용을 결원시 수시채용에서 정기 채용방식으로 전환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보수도 민간 병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리고 연봉을 정할 때 경력, 진료과목별로 차등을 둬 공공의료를 한단계 더 진전시키는 전기를 마련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