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았던 만리장성…중국에 석패한 여자축구, 원정 2차전에 도쿄행 명운

입력 2021-04-08 17:55 수정 2021-04-08 17:57
축구 여자 대표팀 수비수 박세라와 김정미 골키퍼가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지역예선 플레오프 1차전 후반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준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아까운 한판이었다. 축구 여자 대표팀이 역사상 첫 도쿄올림픽 진출을 두고 맞붙은 강적 중국과의 1차전 승부에서 아깝게 패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축구 여자 대표팀은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도쿄올림픽 지역예선 1차전 홈경기를 치러 1대 2로 졌다. 13일 중국 쓰저우에서 열리는 2차전 결과를 종합해 원정다득점 우선 원칙으로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진출여부가 결정된다.

벨 감독은 조직력에 초점을 맞춘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WK리그 우승팀 인천 현대제철의 주전 멤버 11명 중 8명이 선발에 포함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영주가 뒤를 받치고 이민아와 장슬기 미드필드 조합이 중원을 맡았다. 후방엔 심서연과 홍혜지, 임선주와 박세라 등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배치됐다. 올림픽 무대에 다섯 번째 도전하는 백전노장 김정미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잉글랜드에서 뛰는 주장이자 에이스 지소연은 이날 경기 내내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역습 시 전방에서 공을 지켜내다가 측면으로 침투하는 추효주와 강채림에게 찔러주는 패스로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중국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지소연이 공격을 능숙하게 조율하면서 팀 역습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간 모습이었다.

대표팀은 전반 32분 상대가 길게 찔러준 공을 걷어내다 끊기면서 상대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김정미가 이를 잘 막아냈지만 재차 찔러주는 공을 쇄도하던 상대 공격수 장신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다행히 만회골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분 뒤 지소연이 역습 중 중앙에서 공을 잡고 상대 수비수 사이로 오른쪽 측면에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달려든 강채림이 공을 잡아놓은 뒤 그물망이 찢어질 듯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에 공을 꽂아넣었다.

중국의 결승골이 나온 건 후반 28분이었다. 교체투입된 손화연이 한국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려다 건드리지 못한 채 상대 다리를 건드렸다. 키커로 나온 왕상은 한국 골망 오른쪽 아래로 낮게 슛을 날렸다. 김정미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으나 공이 더 빨랐다. 대표팀은 이후 이금민과 여민지를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으나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 원정석에는 중국 관중도 입장했다. 약 150명 규모인 이들은 경기 전부터 계속해서 중국어 안내방송으로 육성응원 금지 지침을 주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도중 ‘짜요(힘내라는 뜻의 중국어)’를 수차례 외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진행요원들이 수차례 제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박수로만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 한국 관중들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고양=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