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부동산 민심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별·동별 득표율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문재인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기조로 급격한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확연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9개동에서 오 시장은 80% 이상을 득표하며 사실상 몰표를 받았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은 강남구 압구정동 88.3%, 대치1동 85.1%, 도곡2동 84.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2동 84.1%, 서초4동 80.8%, 송파구 잠실7동 80.7%의 지지를 받았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는 전통적인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이지만, 몰표에 가까운 수준의 득표율은 부동산에 분노한 민심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15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에 비해 19.08%나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한 여파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커지게 된다.
동별 기준으로 오 시장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압구정동이 속한 강남갑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에 “문재인정부가 공시가격을 너무 많이 올려놓아 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령 실거주자들은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신다”며 “이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오 시장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를 꾸려 분노한 표심을 잡기 위한 채비를 한 점도 주효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주도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개별 아파트의 보유세 상승 분석자료를 만들어 준비했는데, 이 자료가 강남권 유권자에게 통한 것 같다”며 “명시적인 숫자로 보여주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대치1동, 도곡2동 등이 포함된 강남병이 지역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당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도 “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재산세와 보유세가 급격하게 올랐다”며 “집값, 공시가격 상승에 세금폭탄까지 악순환을 만들면서 강남지역 주민의 분노가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오 시장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당 강세인 ‘강북 벨트’마저 박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지난해 오 시장을 외면했던 광진구도 이번엔 달랐다. 오 시장은 광진구에서 56.69%를 득표, 박 후보(39.77%)를 앞섰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오 시장은 47.82% 득표에 그쳐, 고민정 민주당 의원(50.37%)에게 패했다.
오 시장과 박 후보는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는 40%포인트 격차를 보였고, 송파구와 용산구에서도 3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다.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산적한 용산구는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47.80%)과 강태웅 민주당 후보(47.14%)가 접전을 벌였던 곳인데, 1년 만에 민심이 요동친 것이다. 2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난 곳은 성동구 영등포구 강동구였다. 중랑구 강북구 은평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6곳은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 미만이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