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그간 선거개입 오해를 우려해 ‘속도조절’ 중이던 검찰 수사들이 본격 재개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 총장이 취임한 이후엔 큰 폭의 검찰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오래 살펴온 여러 사건의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각급 청에서는 선거 사건을 포함한 주요 사건들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대검은 선거 영향 등을 고려해 가급적 강제 수사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재보선 기간에 접수된 99명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조 직무대행은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종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념하면서 처신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인 만큼 검찰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는 후임 수사팀에게 사건을 넘기는 것을 ‘폭탄 돌리기’처럼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다”며 “이달 중 처분이 결정될 묵은 사건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종 처분을 앞둔 대표적인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가 2019년 11월부터 본격 착수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다.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이 기소된 뒤 추가 수사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1년3개월가량 뚜렷한 처분은 없었다. 검찰 수사팀은 청와대에서 송 시장의 공약 개발을 도운 혐의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를 중심으로 대대적 수사팀이 꾸려졌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역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검찰은 문제의 펀드 자금 흐름을 쫓으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살피는 투트랙 수사를 진행해 왔다. 코스닥 상장사 등 사업체들로 흘러들어간 옵티머스 자금 흐름의 복원 작업은 80%가량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소환하는 등 ‘옵티머스 고문단’의 역할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 가능성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도 수사가 계속된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무관하게 채희봉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가 전통적 기업수사로 꼽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관련 추가 수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의 금호그룹 부당지원 의혹 사건 수사 등도 이달 내에는 마무리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