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말라”며 떠난 김종인…‘킹메이커 역할론’ 주목

입력 2021-04-08 17:15

야권의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명예롭게 퇴진했다. 보수정당의 ‘비상대책위 잔혹사’를 끊고,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의 수렁에서 당을 구해낸 김 위원장은 퇴임 인사에서도 “국민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당분간 휴지기를 가진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에 있는 대권주자들을 범야권 통합 플랫폼에 안착시키는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의 압도적 지지로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승리함으로써 정권 교체와 민생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었다”며 “저는 이제 자연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재보선 압승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수권 의지가 없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에 부리는 사람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에 힘을 실어준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서 비대위는 총 8차례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김종인 비대위’를 제외하면 2011년 ‘박근혜 비대위’를 비롯한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비대위들은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계파 갈등에 휘말리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이후 특유의 뚝심으로 당명과 당헌·당규 개정 등 쇄신 작업을 주도했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접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등 ‘호남 껴안기’에 공을 들였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관련 대국민사과를 주도하며 당의 강경보수 색채를 지우고, 중도층 민심을 되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어려울 때 오셔서 당을 혁신하고, 우리 당의 후보를 만들어 압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과 함께 한 지난 11개월이 ‘별의 순간’이었다”며 “당의 변화와 쇄신,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매직’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향후 김 위원장은 야권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 등과 국민의힘의 야권 대통합 논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자연인으로선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