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비싸면 차액만큼 적립” “하루 2번 가격 비교로 최저가 약속” 유통업계에 ‘최저가’ 마케팅 바람이 불었다. 소비자물가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 붙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8일 이마트는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보다 비싸면 차액을 적립해주겠다”며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들고 나왔다.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입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에 판매 중이라면 최저가격 1000원과의 차액인 500원을 ‘e머니’로 적립해준다는 것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마트앱 전용 포인트다.
가공/생활용품 매출 상위 상품 중 비교대상 3사 중 한 곳 이상에서 취급하는 상품 500개를 각 카테고리별 바이어가 선정하고, 가격은 이마트앱이 자동으로 비교한다. 고객은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차액을 적립 받을 수 있다. 이는 과거 이마트가 2007년 폐지했던 ‘최저가 보상제’와 유사한 제도를 14년 만에 부활시킨 셈이다.
같은 날 GS프레시몰은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한다고 밝혔다. 가격에 민감한 채소류를 매일 50여종 선정해 주요 온라인몰 5곳과 비교한 뒤 최소 해당 온라인몰의 가격과 같거나 2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가격 모니터링은 매일 2번씩 진행해 가격이 하루에 2번도 바뀔 수 있다. CU는 가정에서 주로 구매하는 대파, 깻잎, 모듬쌈 등 6종의 채소류를 대형마트보다 최대 55% 저렴한 가격에 이달 30일까지 판매키로 했다.
이처럼 ‘최저가’ ‘초저가’ 마케팅이 나온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물가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5% 증가했다. 지난해 1월(1.5%)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파(305.8%) 사과(55.3%) 달걀(39.6%) 등 농축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 물가 부담을 낮추고자 유통업계가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보통 신선/채소류는 신선도나 원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최저가 경쟁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채소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신선/채소류도 최저가 구매를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주요 온라인몰 업체들이 신선식품을 강화하면서 가격 비교가 쉬워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최근 ‘무조건 로켓배송 무료’를 내걸고 영향력 넓히기에 나선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이마트는 “가격 혜택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대표 생필품 판매처로서 가격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고객이 일일이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쇼핑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생필품 가격과 배송 속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쿠팡에 가격 경쟁력으로 맞섰다.
이를 두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10원에 움직이지 않음에도 이마트가 최저가 마케팅을 내세운 건 순전히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며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런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