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미얀마 대사관서 ‘쿠데타’… 부대사가 대사 출근 저지

입력 2021-04-08 15:25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하다 군부 지시를 따르는 공관원들에게 대사관 밖으로 내몰리는 일이 벌어졌다. 공관 내 2인자인 부대사가 국방무관과 함께 대사관 정문을 폐쇄하고 대사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대사에게 지지를 표명하며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는 7일(현지시간) 대사관 앞에서 로이터통신 기자와 만나 “나는 문밖으로 내몰린 상황”이라며 “런던 한복판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꼴이다. 저들이 내 건물을 점령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 대사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 영국 외교부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사는 그동안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군부가 구금한 문민정부 인사의 석방을 촉구하며 군부 측 지시 이행을 거부해왔다. 이에 대사관 내 2인자인 칫 윈 부대사가 국방무관과 함께 민 대사의 대사관 진입을 막고 대리대사 직무를 맡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민 대사가 출근 거부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얀마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대사관 앞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민 대사는 지난달 8일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대사는 외교관으로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 사태의 해결책은 협상 테이블에서만 도출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수치 고문과 윈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브 장관은 8일 트위터에 “미얀마 군부가 어제 런던에서 벌인 가해 행위를 규탄하며 민 대사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영국 정부는 쿠데타 종식과 폭력 행위 중단, 즉각적인 민주주의 회복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외교관이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불이익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니다.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는 지난 2월 26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가 해임 조치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