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조정위 “차에 흰 얼룩은 공장 오염물일 듯… 업체가 배상하라”

입력 2021-04-08 14:49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오염물질이 1~2㎞ 밖 차량을 더럽힌 것과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업체가 도색비 등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한 사업장의 오염물질로 인한 주민 피해가 인정된다며 86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주민 76명은 지난 2019년 산단 내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3곳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인근에 주차한 차량에 내려앉아 얼룩이 생겼다며, 피해 차량 88대의 도색 등 수리비 배상을 요구했다. 차량에서 1~2㎞ 떨어진 지점에는 이들 사업장이 가동하는 플레어스텍(가연성 가스 연소 굴뚝)이 있었다.

서산시는 최초 피해가 접수된 이후 전문기관에 의뢰해 차량에 묻은 이물질 성분을 분석했다. 그러나 원인 물질과 배출사업장의 연관성을 특정하지 못해 지난해 3월 사건을 위원회로 넘겼다. 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플레어스택과 같은 시설물에서 해당 물질이 배출됐다고 추정했다. 또 3개 중 1개 사업장에서 피해 발생 추정 시기에 일부 공정 가동 중지에 따른 플레어스택의 불완전 연소 정황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플레어스택의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 오염물질 중 일부가 바람을 타고 차량에 묻어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밖에 피해 발생 원인으로 추정할 만한 다른 오염원은 없다는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인 14명에 대한 차량 피해는 인정했지만, 피해가 확인되지 않거나 피해 당시 차량 주차 위치가 불분명한 경우 등 63명은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위원회도 공장 오염물질이 차를 더럽혔다는 명확한 증거를 내놓진 못했지만, 여러 정황상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정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환경피해의 경우 피해 당시 오염물질에 대한 측정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피해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100% 입증하기 곤란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 위원장은 “이 사건의 경우 해당 사업장의 플레어스택에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오염물질 등이 발생한 정황이 있고, 이 오염물질이 신청인들의 차량에 도달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인과관계를 추정했다”며 “앞으로도 위원회 심리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을 통해 피해 인과관계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피해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