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떼어 아내 숨지게 한 남편 징역 5년

입력 2021-04-07 15:32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교포 이모(60)씨와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회복이 어려운 질병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은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로 쓰러져 연명치료에 이르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지 않고 피해자를 살해한 범행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의료진 과실이 명확하지 않고, 만에 하나 미흡했더라도 피고인의 죄책에 영향은 없다”며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이씨는 “아내와 먹고 싶은 것 참고, 어렵게 살면서 서로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했다. 아내와 다짐했고, 자식들에게도 알렸다. 부담 주기도 싫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씨는 2019년 6월 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56)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이씨 측은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만∼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행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양형과 관련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맞섰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