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돈을 가로채 총책에 전달한 수금책이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한 채 어설프게 금융감독원(금감원) 직원 행세를 하다가 발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저금리 전환 대출을 제안하는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30대 남성 A씨는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을 총책에게 보낸 혐의(사기)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수금책을 맡은 A씨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광주와 전남·전북 등지에서 6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금 1억2000여만 원을 가로채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검거 당일 정오께 광주 서구 한 상가 앞에서 ‘기존 대출 잔금을 일시 상환하면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금감원 직원을 직접 만나라’는 말에 속은 피해자 B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건네받기로 했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금감원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복장’ 탓에 금방 탄로가 났다. 금감원 직원 행세를 하면서도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격의 없는 차림으로 B씨를 만나는 등 모습이 의심을 산 것이다.
B씨는 A씨 행색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대출 상품 전환 과정을 함께 확인하고 싶다”며 A씨가 올라탄 택시에 동승했다.
갑작스러운 B씨의 행동에 A씨는 보안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로 총책에 상황을 알렸고, 지시대로 택시에서 급히 내려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결국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사 결과 금감원 직원을 가장한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총책에게 전했으며, 경비를 제외하고 1건 당 2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고 의심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피해자 B씨의 눈썰미와 순발력이 수금책 검거에 이바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행 등은 대출금 일시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