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북한 불참,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 가능성”
미국, 동맹국과 내년 베이징올림픽 ‘공동’ 보이콧 검토
미국, 실제로 불참할 경우 미·중 갈등 최악 우려
북한과 미국이 공교롭게 올림픽을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북한 핵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북·미가 이번에는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함께 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오는 7월 열릴 도쿄 하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올림픽 참여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도쿄올림픽 불참을 가장 먼저 선언한 국가가 됐다. 의료·보건시설이 극도로 빈약한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결벽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불참 선언에 대해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AP통신은 “일부에서는 이번 불참 결정을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어 “과거에도 북한은 그토록 원하는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대형 스포츠 행사를 이용한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이 ‘몸값 올리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은 “북한은 한국·미국과의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판을 깼다가 막판에 돌아오는 ‘명성’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높기 때문에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정치적인 이유나 또는 예선전에 모두 떨어져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 불참한 적은 있지만, 전염병(코로나19)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도쿄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문재인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보이콧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코로나19 사유를 들고 있지만,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인권 유린을 거론하면서 보이콧을 압박하고 있다.
또 북한은 ‘홀로’ 불참을 선언했지만,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동’ 보이콧 카드를 꺼냈다. 만약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불참을 선언할 경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반쪽 올림픽’을 넘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불참 카드를 실제로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엄포용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행동에 옮길 경우 미·중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