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태현(24)을 상대로 한 조사에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가운데 김태현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일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태현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분석했다. 퀵 배달기사인 척 집에 침입해 여성 세 명을 살해하는 등 범행이 끔찍한 만큼 그의 범죄심리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범죄 행각에서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성향도 감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모두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사회에서 정상적인 규범이라고 여겨지는 틀에 자신을 잘 맞추지 못한다고 규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범죄를 저질렀을 때 보이는 구체적인 양상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가 충동적인 성격에 이끌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범행을 저지른다면, 소시오패스는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성향으로 분석된다. 즉 김태현의 범행 자체만 두고 봤을 땐 사이코패스적이지만 범죄를 계획한 과정에선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이 보이는 셈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치밀하게 계획을 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태현은 피해자를 한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뒤 스토킹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범행 직전엔 피해자가 즐겨 찾던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까지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세 모녀를 살해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살인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검색했다고 한다.
홍 교수는 “김태현과 피해자는 정서적인 유대 등이 오갔을 만한 경험 자체가 없는 관계인데 김태현은 단지 자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일가족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김태현이 피해자가 실수로 단체대화방에 보낸 사진으로 피해자 집 주소를 기억하는 행태 등을 보인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뉴시스에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용의주도하게 행적을 쫓는 등 스토킹을 한 모습을 보면 소시오패스적 면이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김태현이 범행 이후 시신과 사흘간 함께 생활하며 냉장고에서 술, 음식을 꺼내 먹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이코패스는 기태적이고 엽기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본인의 망상적인 사고가 강해지면서 피해자를 죽여야 할 본인만의 명분이 충동적인 과정에 의해 생겼다면 사이코패스적인 면도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이 만남과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주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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