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인 김태현, 사이코패스에 소시오패스적 성향까지”

입력 2021-04-07 10:33 수정 2021-04-07 15:03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태현(24)을 상대로 한 조사에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가운데 김태현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일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태현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분석했다. 퀵 배달기사인 척 집에 침입해 여성 세 명을 살해하는 등 범행이 끔찍한 만큼 그의 범죄심리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범죄 행각에서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성향도 감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모두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사회에서 정상적인 규범이라고 여겨지는 틀에 자신을 잘 맞추지 못한다고 규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범죄를 저질렀을 때 보이는 구체적인 양상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가 충동적인 성격에 이끌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범행을 저지른다면, 소시오패스는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성향으로 분석된다. 즉 김태현의 범행 자체만 두고 봤을 땐 사이코패스적이지만 범죄를 계획한 과정에선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이 보이는 셈이다.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해' 피의자인 1996년생(만 24세) 김태현. 서울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서울경찰청제공 뉴시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치밀하게 계획을 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태현은 피해자를 한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뒤 스토킹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범행 직전엔 피해자가 즐겨 찾던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까지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세 모녀를 살해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살인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검색했다고 한다.

홍 교수는 “김태현과 피해자는 정서적인 유대 등이 오갔을 만한 경험 자체가 없는 관계인데 김태현은 단지 자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일가족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김태현이 피해자가 실수로 단체대화방에 보낸 사진으로 피해자 집 주소를 기억하는 행태 등을 보인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뉴시스에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용의주도하게 행적을 쫓는 등 스토킹을 한 모습을 보면 소시오패스적 면이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김태현이 범행 이후 시신과 사흘간 함께 생활하며 냉장고에서 술, 음식을 꺼내 먹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이코패스는 기태적이고 엽기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본인의 망상적인 사고가 강해지면서 피해자를 죽여야 할 본인만의 명분이 충동적인 과정에 의해 생겼다면 사이코패스적인 면도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이 만남과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주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