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선수 시절 선배에게 폭행·성추행 피해”

입력 2021-04-06 21:15
프로축구 대구FC가 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 대구FC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축구 대구FC 출신 선수가 팀 내 선배 선수로부터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자신을 피해자의 형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6일 ‘성추행과 폭력 사실을 묵인한 대구FC와 가해 선수의 정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내 동생이 3년 전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팀 내 고참 A선수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과 폭력, 성추행을 당했다. 동생은 밤낮없이 지속된 괴롭힘에 구단 내에서 정상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웠고, 어릴 때부터 간절하게 꿈꿔온 프로 선수를 그만두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가 같은 지역 출신 구단 수뇌부가 경남 진주에서 운영하는 재단 축구클럽에서 감독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우수 지도자상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지낸다고 하니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피해의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A선수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외출이나 외박도 나가지 못하게 협박하거나 중간에 들어오도록 압박했다. 문자나 메신저로 외출·외박에서 복귀하면 ‘고문을 받자’고 했다. 문자 내용을 캡처해 증거로 남겼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 상황도 나열했다. 청원자는 “다른 선수들이 있는 식당에서 동생에게 유리로 된 물건을 던져 정강이가 찢어지게 했다. 그대로 달려와 주먹을 사용해 폭행하고 넘어뜨려 발로 밟기도 했다. 식당 어머니들과 다른 선수들이 말렸지만 무시하고 동생의 머리채를 잡고 1층부터 세탁실이 있는 4층까지 끌고 올라가 가둔 뒤 문을 잠그고 때렸다”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그 이후 코치와 팀 닥터가 말렸지만 A선수는 ‘잘못해서 맞는 것’이라고 둘러댔다”고 했다. 또 심부름을 시키고 돈을 주지 않거나 1분 내로 음식을 먹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식고문’ 협박도 있었다고 청원자는 주장했다.

A선수의 성폭력도 주장했다. 청원자는 “취침 시간에 동생에게 방문을 열어두라고 지시했고, 매일 같이 찾아와 1시간 정도 동생의 옷을 벗긴 뒤 같은 방을 사용하는 선수에게 드라이기, 콘센트 등으로 손발을 묶도록 지시했다. 그 뒤에는 동생의 몸을 비하하면서 놀리고 더듬거나 성기를 만지고 툭툭 치며 성적 수치심을 줬다”며 “동생을 룸메이트 앞에서 옷을 벗긴 채 ‘머리 박기’를 시켰다. 룸페이트는 동생의 부탁을 받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적었다.

청원자는 “구단이 A선수의 가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했다. 청원자의 동생과 A선수는 현재 대구 소속이 아니다.

대구 구단은 SNS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전 소속 선수들 간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다시 한 번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인지하고 이른 시간 안에 사실관계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선수단 관리와 팬 소통에 더 힘을 쏟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