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반중 감정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군경의 유혈진압이 자행되는 현 상황에도 유엔이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에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어깃장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인식이 커져서다.
6일 미얀마의 주요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인기 만화 캐릭터인 ‘곰돌이 푸’ 가면을 쓴 시위대가 ‘보이콧,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 제품 구매 거부)라고 쓴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 외모와 체형이 비슷해 풍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시위대는 또 ‘메이드인차이나’라는 문구 위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이 그려진 현수막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중국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배후 세력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현장 모습을 전하면서 “미얀마 군부가 500명 이상을 죽이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은 여전히 그 뒤를 봐주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SNS에 “미얀마 사람들은 중국산 제품을 거부한다.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중국산 식품, 과일, 약도 먹지 않고 중국 앱, 게임까지 삭제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그런 대접을 당해도 싸다”라고 덧붙였다.
북부 카친주 파칸에서도 시위대가 반중 구호를 외쳤다고 시민들이 SNS를 통해 전했다. 한 네티즌은 시위대가 ‘중국은 필요없다’는 문구가 인쇄된 종이를 불태웠다고 적었다.
전날에는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동영상과 사진이 SNS에 퍼졌다. 동영상을 보면 거리 두 곳에서 시위대가 오성홍기에 기름을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중국이 거부권을 악용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제지하려는 유엔의 시도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했지만 구두선에 머물렀다. 안보리 회원국 간의 논의 과정에서 서방 국가들과 중국 등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갈등이 있었다.
서방 국가들은 성명에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표현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반대했다.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은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을 지우자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