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한다는데… 백신 2차 맞으면 자가격리 면제?

입력 2021-04-06 17:27

유럽,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자 2회 접종을 완료할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검토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의 선례를 충분히 검토하거나 백신 지속효과에 대한 정보가 더 쌓여야 한다고 봤다.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에 대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6일 브리핑에서 “외국 입국자나 국내 밀접접촉자가 예방접종한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기존보다 얼마만큼 (격리를) 완화할 것인지 등 접종 이후에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직 발표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외국 사례를 보면서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하고 있어서 안내를 자세히 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자’는 0시 기준 2만7691명이었다.

독일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의 질병관리청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전염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진단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독일은 수 주 내에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적용은 유행이 억제된 후에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RKI는 “코로나19 백신을 2회 모두 맞은 이들은 15일이 지나면 진단검사상 음성인 무증상 감염자보다 (감염 위험이) 낮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은 사람은 여행 목적지 국가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한 해외여행 후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놨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외 입국자 중에 백신도 맞고 무증상이며 음성확인서가 있는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십시오’란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100%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다”며 “한두 달 내로 미국,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에서 먼저 자가격리를 면제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되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도 봤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접종률이 약 2%에 불과한 상황에서 벌써 접종 후 조치가 논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백신 효과의 지속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았다고 격리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