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비밀 파티한 佛부유층… “장관도 왔다”

입력 2021-04-06 15:48
프랑스 부유층 인사들이 비밀 만찬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파리 소재 사교클럽 '팔레 비비엔'의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 부유층 인사들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파리 모처에서 ‘비밀 만찬’을 즐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서 사회 고위층이 일탈을 저지른 모양새여서다. 비밀 만찬 참여자 중에 장관급 고위 공직자도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프랑스 민영 방송사 M6는 파리 모처에서 비밀 만찬이 벌어지는 모습을 잠입 취재하고 지난 3일(현지시간) 영상을 공개했다. M6는 트위터를 통해 “캐비아와 샴페인, 유명 셰프의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마스크 의무 착용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우리 기자들이 상류층 인사들의 비밀 파티 현장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M6의 잠입 취재 영상을 보면 비밀 레스토랑의 1인당 가격은 적게는 160유로(약 21만원), 많게는 490유로(약 65만원)였다. 캐비아와 푸아그라, 바닷가재 등 최고급 요리를 코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다. 영상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파티 참석자들이 서로 뺨을 살짝 맞대는 프랑스식 인사를 하는 모습도 담겼다.

파티 주최자로 추정되는 인사는 M6 취재진에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는다. 출입문만 지나면 코로나19는 없다”면서 “이곳은 비밀 클럽이다. 손님들이 자기 집처럼 편하게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주에 나는 비밀 레스토랑 2~3곳에서 식사를 했다”며 “참석자 중에는 장관들도 있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M6의 잠입 영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억제를 위해 봉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직후 공개됐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해 10월 말부터 전국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특히 M6 취재에 응한 주최 측 인사가 참석자 중 장관급 공직자도 있었다는 한 발언이 프랑스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M6가 포착한 비밀 만찬장은 나폴레옹 유품 수집가로 잘 알려진 피에르장 샬랑송의 사교 클럽 ‘팔레 비비엔’으로 드러났다. 잠입 영상에서 M6와 취재진과 인터뷰한 사람은 샬랑송 본인이었다. 샬랑송이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친구인 유명 셰프 크리스토프 르루아와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점심 또는 저녁을 팔겠다고 밝힌 사실도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샬랑송 측 변호인은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M6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샬랑송 본인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불법 만찬에 정부 각료도 참석했다는 그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샬랑송이 M6 취재진과 만났을 당시 농담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레미 에이츠 파리지방검찰청장은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미신고 행사를 벌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수사 중”이라며 “이들이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만찬과 파티를 벌였는지, 누가 행사를 주선했으며 참석자는 누구였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모든 장관들은 예외 없이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누구도 자신이 일종의 특권을 가졌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