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폭탄’ 당하는 美총영사 부인 “중국 먹잇감 돼…”

입력 2021-04-06 15:16
중국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였던 짐 멀리낵스와 부인 좡쭈이. 좡쭈이 페이스북 캡처

미국 총영사의 부인이 중국에서 격화된 반미감정으로 온라인상에서 ‘벌떼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연예인급’에서 단숨에 ‘온라인 왕따’가 된 중국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의 부인 좡쭈이(莊祖宜)의 사연은 중국에서 점점 거세지는 반미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좡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인기 있는 SNS 스타였다. 하지만 작년 7월 중국이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을 폐쇄한 이후 그의 웨이보 계정은 “당신 강아지 두 마리가 물려 죽고 차에 치이길 바란다”는 댓글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해당 댓글에서 ‘강아지’는 그의 두 아들을 뜻한다.

좡씨는 대만 출신으로 남편 짐 멀리낵스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로 부임한 2017년부터 청두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 SNS에서 요리와 음악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팔로워가 50만명에 육박하는 큰 인기를 얻었으며, 시내 백화점 앞에서 라이브 밴드공연을 하는 등 연예인급 일정을 소화해 왔다.

좡쭈이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지난해 7월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을 폐쇄하면서 좡씨의 이미지도 추락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코로나19 유행으로 미국에 귀국할 때 좡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하려고 집을 떠난 유대인들의 심정”이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글은 청두 영사관이 폐쇄된 후 일주일 안에 수천 회 공유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좡씨가 사는 미국 집 위치를 알아내 사진을 퍼트리고 그의 가족사진을 찾아 외모를 비하했다.

중국 정부발 허위정보를 연구해온 대만의 독립 기구 ‘더블싱크 랩’은 중국 당국이 좡씨 때리기에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타임스 등 관영 언론과 공산주의청년단 등은 청두 영사관 폐쇄 직후 좡씨 관련 게시글을 수차례 올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의 자오녠 황 조교수는 좡씨에 대해 수개월간 이어지는 비난이 대개 2주면 사그라지는 다른 온라인 공격보다 길다고 지적했다. 그는 좡씨가 미국과 대만 모두와 연관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수주의적 누리꾼들에게 더 쉬운 먹잇감이 됐다고 분석했다.

좡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집 주소가 노출된 이후 외출을 중단했고, 한때 자살 충동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미 국방부 전직 고위 당국자인 드루 톰슨은 “미국이 중국과 국민 간 교류를 재개하려면 중국에서 격화하는 분노 여론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