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에 돈 필요한 미국…선진국에 “법인세 하한선 정하자”

입력 2021-04-06 07:25 수정 2021-04-06 07:44
옐런 재무장관 “30년 법인세 바닥 경쟁 멈추자”
바이든 행정부, 경기부양 위해 법인세 인상 검토
법인세 올릴 경우, 기업들의 미국 탈출 러시 우려
미국, 법인세 하한선 설정 위한 국제협력 주력
법인세 인상에 민주당서도 반대 의견…물거품될 수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AP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이를 위해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행 21%인 미국의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쓰일 돈줄 마련이 목적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미국 내에 있는 기업들의 탈출 러시가 우려된다. AP통신은 옐런 장관의 이번 발언이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조 맨친 상원의원이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전체 100석인 미국 상원은 민주당·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에서 한 명의 의원이라도 반란표를 던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의 행사에 온라인으로 한 연설에서 “30년 동안 이어진 (세계 각국의)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정부가 필수적인 공공재 투자에 필요한 충분한 세수를 얻고, 위기에 대응할 안정적인 세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세금 (인하) 경쟁 압박과 법인세 세원 잠식을 끝내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번 주 화상으로 열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를 앞두고 이번 발언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G20 국가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하한선 설정에 대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의 한 당국자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세금 하한선에 동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으나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필요한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미국에 있는 기업들이 조세회피처 국가로 이익이나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법률을 활용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조 3000억 달러(약 26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것이다. 도로 2만 마일(3만 2186㎞)가 새로 깔리고, 다리 1만개가 재건되고, 시골까지 초고속 통신망이 확장된다. 학교 건설·항구 개량·상수도 개량도 추진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계획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일자리 투자”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고육지책으로 꺼낸 아이디어가 법인세 인상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를 올릴 경우 미국에 있는 기업들이 공장·사업장을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이라고 주장이 제기된다. 공화당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다. 세금을 더 걷기는커녕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 일자리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경우 일자리 창출이나 연구개발에 들어가야 할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내부의 적’도 있다. 민주당 중도파인 맨친 상원의원이다. 맨친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28%로 올리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25%가 적정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보다 맨친 의원 설득에 더 주력해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