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검색해 놓고…김태현 “연속 살인은 우발적”

입력 2021-04-06 05:44 수정 2021-04-06 09:49
뉴시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인하게 살해해 신상이 공개된 김태현(24)이 경찰 조사에서 여러 명을 살해한 건 우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태현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범행 전 ‘급소’를 검색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긴 점 등을 미뤄 치밀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SBS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이 최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큰딸을 살해하려 마음먹고 집에 갔다. 처음부터 동생과 어머니까지 살해하려던 건 아니었다”라며 연속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김태현이 범행 전에 살해 방법까지 검색해본 정황을 파악하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 모녀가 모두 치명상을 입은 것에 주목해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김태형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찾아본 정황도 파악했다.

동아일보도 사건 당일 퀵서비스 배달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의 자택을 침입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소’를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김태현이 범행 전 급소 위치를 파악하고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미뤄, 의도적으로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세 모녀의 시신 부검 결과 피해자들은 모두 경동맥이 지나가는 목 부근에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현은 범행 이후 피해자 집에 머물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 등을 모두 삭제하고 초기화를 시도했지만,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검색 기록을 찾아냈다.

김태현은 또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하면서 갈아입을 옷도 미리 준비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현은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의 피가 묻은 옷을 벗고 가방에 넣어갔던 옷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전후 김태현은 ‘마포대교’ 등을 검색해본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태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찾아봤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해한 것에 대해서는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목숨을 끊으려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김태현은 큰딸 김모씨가 팀을 이뤄 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연락이 차단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김태현은 지속적인 스토킹을 한 데 대해 “나를 등한시 한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다”며 “전화번호를 바꾸고 연락을 피하자 화가 났고 죽일 마음으로 범행 당일 슈퍼에서 흉기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동생이 문을 열어줘 집에 들어간 뒤 약 30분 정도 있으면서 범행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 일이 이렇게 커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연속 살인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 주소 파악 경위에 대해서는 큰딸이 보낸 사진에 택배 상자에 적힌 주소를 보고 아파트 동호수를 확인했다고 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세 모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구속 중인 김태현은 이르면 8일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경찰은 6일, 오늘 프로파일러와 직접 대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사이코패스 검사 진행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