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로 넘어뜨렸다”… ‘육탄 압수수색’ 현장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4-05 19:58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차장검사의 3차 공판에서 사건 직후 상황이 찍힌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압수수색 영장 제시 여부와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식 등을 놓고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3차 공판에서는 압수수색 당일 수사관들이 촬영한 영상 관련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지난 공판에서 증인 신문을 하며 영상 일부가 공개됐지만, 법정에서 대부분의 영상이 재생된 건 처음이다.

정 차장검사와 한 검사장이 접촉한 직후 촬영된 영상에서 한 검사장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한 검사장은 “분명히 잡고 넘어졌고, 정 부장검사가 저를 넘어뜨렸죠. 제가 이 휴대전화로 변호인한테 전화한다고 했고, 허락했는데 갑자기 넘어뜨렸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를) 저한테 보여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안 보여줬고 안에 내용이 변경되면 어떡합니까”라고 반박했다.

영상 속 두 사람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해제 방식을 놓고도 충돌했다. 정 차장검사는 “원래 페이스아이디(안면인식)를 이용하시지 않느냐.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했고, 한 검사장은 “어떻게 아느냐. 이건 전에 압수했던 게 아니라 새 휴대전화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은 “제가 변호인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혼자 ‘뇌피셜(뇌+오피셜)’을 해 저를 넘어뜨렸다. 사과할 생각 없으시냐”고 따졌다.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 잠금방식을 오인해 자신을 넘어지게 만들었다는 취지다. 정 차장검사는 “그럼 (휴대전화를) 달라고 했을 때 주면 되는데 왜 피했느냐”고 되물었다.

영장 제시 과정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에게 영장이 적절히 제시됐는지를 두고 두 사람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못 본 게 명확하다. 두 번째 항을 보고 변호인에게 전화하려다가 폭행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차장검사는 “영장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영상에 대한 조사에 앞서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수사관 A씨는 “한 검사장이 영장을 넘겨받아 훑어보다가 메모를 시작했다”며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압수수색 현장에 함께 나갔던 장모 검사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피해자인 한 검사장에 대한 신문은 추후 기일을 다시 잡아 진행하기로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