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타(20·말리)의 화끈했던 한 시즌이 결국 끝을 맺었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특이한 배구 폼, 흥 넘치는 세리머니와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 스킬까지. 케이타는 올 시즌 남자배구 무대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퇴장했다.
KB손해보험은 4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 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3대 1(25-20 16-25 25-20 25-19)로 패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이날도 케이타의 활약은 여느 때와 같았다. 케이타는 양 팀 합계 최다 득점(37점·공격성공률 51.51%)을 기록했고, 2세트 도중엔 3연속 서브에이스로 OK금융그룹 코트를 맹폭했다.
득점뿐만이 아니었다. 1세트 6-9 상황에선 미끌어지며 아크로바틱한 발디그를, 2세트 21-12 땐 머리를 활용한 감각적인 연결을 시도해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또 특유의 활발한 세리머니를 통해 팀원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죽했으면 상대 석진욱 감독이 “케이타보다 세리머니 잘하면 10만원씩 주겠다”는 즉석 공약을 떠올렸을 정도다.
케이타는 이처럼 올 시즌 KB손해보험에 효자 역할을 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합류한 케이타는 정규리그 33경기 134세트에 출전해 1147득점을 터뜨리며 2위 알렉스(우리카드·903득점)와 압도적인 격차로 전체 득점 1위에 올랐다. 블로커 높이보다 훨씬 높은 타점에서 볼을 꽂아 넣는 신체 능력과 빈 공간을 찾아 볼을 찔러 넣는 배구 센스, 코트 안쪽 깊은 곳까지 들어와 때리는 서브 능력까지. 20세 케이타는 상대 감독들이 알고도 대처하지 못할 정도의 폭발력을 보였다.
다만 정규리그 동안 공격의 53%를 점유했던 케이타는 시즌 말미 경기 후반으로 가면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노출했다. 준PO 경기에서도 케이타는 3~4세트 동안 통증이 있는 듯 팔을 만지며 경기 초반 같은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이경수 감독대행도 이날 “케이타도 사람이다. 그렇게 점유율 높게 많이 때리는데 안 지칠 사람은 없다”며 “게다가 교과서적인 스윙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스윙 폼을 갖고 있어 많이 때리다보니 어깨에 무리가 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힘들었을 법한 시즌이었지만, 케이타는 마지막까지 팀원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가 자랑스러울 뿐 전혀 화나지 않았다. 동료들, 감독, 트레이너, 스태프, 팬들과 함께할 수 있어 난 한 시즌 동안 고국에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며 “당신들은 내가 매 시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도와줬고, 올 시즌은 내가 배구를 시작한 이래 커리어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한 시즌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케이타는 다음 시즌에도 KB손해보험에 남아 올 시즌 이루지 못한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이 많은 상태다. KB손해보험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케이타와 긍정적으로 교감하고 있는 상태고, 케이타가 고국 말리로 출국하는 다음 주 전에 재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케이타도 다음 시즌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이 팀에 있을 수 있어 굉장히 기뻤고, 우린 함께할 때 더 강해지기 때문에 다시 다 같이 경기할 수 있길 바라요. 올 시즌은 시작에 불과하고, 우린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어요. 나는 내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미래엔 꼭 트로피를 들어 올릴 거예요.”
의정부=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