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율’에 기반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정부가 4차 유행의 갈림길에서 ‘책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협조를 구하지만 마스크 쓰기, 음식 섭취 금지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보다 강한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73명 증가해 누적 10만575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엿새 만에 400명대로 떨어졌지만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지난주에 평가된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1을 초과했기 때문에 현재의 500명대보다는 (확진자가)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전남 순천은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날부터는 기본 방역수칙 위반 업주에게 300만원, 이용자에게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새로운 수칙이 시행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기본방역수칙을 강화했고, 계도기간이 끝났다. 기본방역수칙은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된다.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 게시·안내, 출입자 명부 관리, 주기적 소독·환기 등 기존의 4가지 수칙에다 음식 섭취 금지, 유증상자 출입제한, 방역관리자 지정 등 3가지가 새로 추가됐다. 출입명부의 경우 대표자 한 명만 작성하고 ‘외 ○명’이라고 기록하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앞서 지난 2일 정부는 방역수칙 위반 시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핵심 방역수칙을 2가지 이상 위반하거나 방역수칙을 어겨 감염이 발생한 경우, 방역수칙을 또다시 위반한 경우는 모두 집합금지 명령을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자율에 기반한 거리두기를 강조해왔다. 새롭게 개편될 거리두기 체계도 자율을 강조해 집합금지조치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결정적인 국면에서 제재를 강화했다. 자율적 조치가 유행 확산을 저지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애초에 자율만 강조한 게 아니고 자율과 책임이었다”며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은 계속 강화해야 하지만, 잘 안 지켜지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도 심해졌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건 19건, 394명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 추가된 3건 중 서울 강서구 직장·가족과 관련한 집단감염에서는 남아공 변이가 6명 확인됐다. 서울에서 발생한 감염에서 남아공 변이가 확인된 건 처음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된다. 백신 접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남아공 변이의 예방효과가 10%로 사실상 감염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