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향하는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공소장에 이광철 적시

입력 2021-04-05 17:48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출국금지 당일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을 통해 이규원 검사를 소개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누군가로부터 통보받고 이를 막기 위해 출입국본부에 연락을 취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도 애초 공익신고 당시부터 제기된 의혹이었던 만큼, 실체 파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 본부장은 5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김 전 차관 출국)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이 비서관을 통해 이 검사와 통화하게 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차 본부장의 이런 진술을 확보해 지난 1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등 혐의로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불구속 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이 비서관이 민간인이던 김 전 차관의 출국할 권리를 막는 데에 개입했다고 보고 조만간 이 비서관과 소환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출국금지 당일 차 본부장과 이 비서관의 통화 사실은 법무부의 불법적 출국 조회와 이 검사의 긴급출금 요청서 허위 기재 등에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수사할 단초다. 2019년 3월 22일 밤에 이뤄진 김 전 차관의 출국 사실은 차 본부장을 통해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차관은 앞서 이 비서관에게 출국 정보를 알린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이 차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었다.

이 비서관은 수사 여하에 따라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차관은 긴급 출금 대상인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고, 적법 절차를 거쳐 출금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게 현재까지 검찰 조사 결과다. 이 비서관의 지시에 의해 이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 등이 적힌 출금요청서 등을 꾸민 사실이 드러나면 공범이 될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차 본부장 측은 “이 비서관이 이 검사가 출금요청서 등 서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이날 밝혔다.

이 검사를 소개해준 것만으로는 불법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단순히 연락한 사실만으로는 불법을 인지했거나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본부장 측도 이 비서관과의 통화 횟수나 출금 절차에 대해 이 비서관이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과거사 진상조사단 업무를 담당하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 검사가 2019년 건설업자 윤중천 등에 대한 허위 면담 보고서를 작성한 데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첩보 생산 및 하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