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루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가 처음으로 400만회를 넘어섰다. 연방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백신 생산·공급 확대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다. 하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한 공포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인용해 전날 하루 동안 4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갱신한 것이다.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접종 횟수도 처음으로 3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 1월 중순 미국의 하루 평균 접종 횟수가 80만회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접종 속도전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CDC에 따르면 이날까지 한 번이라도 백신을 접종한 미국인은 1억620만명이었다.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2회 접종까지 마친 미국인도 전체 인구의 18% 수준인 6140만명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00일’ 목표였던 1억명 백신 접종은 지난 2일 74일만에 조기 달성됐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도 뚜렷하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 전역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6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2차 대유행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미국의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미시간·플로리다·텍사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일리노이 등 24개주에서 증가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의 신규 감염 증가세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어린이 감염률 상승 현상이 추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장은 이날 N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최근의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미시간 등 중서부를 중심으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주간 전 세계가 팬데믹 이래 최다 확진자 수를 보고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 확산의 시작에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앞선 코로나19 유행 때와 달리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적 대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립은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 층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국지적 확산으로 4차 유행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도 백신의 존재를 강조하며 앞선 세 차례만큼의 심각한 4차 유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일 공영 라디오 NPR에 출연해 “백신이 이 경주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