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이달 중순부터 공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다. 향후 이스타항공의 공개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유형 자산이 없는 항공사가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지닐지를 가늠해볼 수 있어 업계 관심을 모은다.
5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이주 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달 15~16일쯤 공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5월 20일까진 법원에 입찰자가 포함된 회생 계획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중순쯤엔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법원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추진을 허가한 데 이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스타항공은 공개 입찰 전 예비 인수자를 먼저 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시도해왔다. 스토킹 호스에 따르면 예비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공개 입찰에서 조건이 더 좋은 매수 의향자가 나타나면 매수자를 변경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사모펀드 등 4~5곳이 관심을 가졌지만 예비 인수자로 확정되지 않았다. 1600억~1800억원 규모의 부채, 노조 리스크 등이 수의계약 추진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등 유형 자산이 없는 대신 승무원과 조종사, 슬롯, 노선 등 무형 자산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적 인수자들이 이스타항공의 시장 가치를 판단해 나름대로 금액을 써낼 것”이라며 “ 무형 자산만을 가진 항공사가 어느 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공개 입찰 성사 이후에도 부채 규모를 줄여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법원에 회생 계획서를 제출한 후 채권자들과 관계인 집회를 열고 1600억~18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어느 비율로 줄일 것인지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만 채권자로서도 이스타항공이 파산하게 되면 손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합의 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파산 시 각 채권자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부채 원금의 4%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2019년 12월부터 제주항공과 M&A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매각이 무산됐다. 매각을 가정해 셧다운을 실시했던 이 항공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직원 605명을 정리했고 지난 1월 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