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김기선 총장 진퇴를 둘러싼 학내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사회가 총장직 사의 수용을 결정하자 김 총장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례적으로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와 총장, 이사회와 총장의 불협화음이 끝내 종착역인 법정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김 총장은 5일 지스트 행정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이사회의 부당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법원이 진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절차상 공정성이 모자라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의결안건이 아닌 기타사항 안건으로 조급하게 처리됐다”며 “총장직 배제로 인해 학교 운영과 공익에 해가 된다”고 신청배경을 밝혔다.
김 총장은 학내 분란의 책임이 노조에 있다며 정부에 감사를 촉구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광주 시민과 교수, 임직원, 학생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면서도 “지스트 노조가 이번 학내 분란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지스트 노조가 단체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사 경영권과 관련해 총장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고 총장의 노조안 거부에 대한 쟁의행위 방법으로 일방적이고 왜곡된 내용을 언론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노조의 직원 인사위원회 참여와 무기직 직원 직급체계, 노조가 언론에 제공한 총장에 관한 의혹, 노조가 운영 중인 학교 재산 매점 등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감사도 요청했다.
김 총장은 “노조가 지난 2014년 제6대 총장에게도 해임 직전 총장에게 일방적 노사합의서를 얻어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권력화되는 노조도 이제는 학교 발전을 위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스트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전체 회의를 열어 김 총장 사의를 수용했다며 후임 총장이 선임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학교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총장 직무대행은 김인수 연구부총장이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사의를 표명했다는 김 총장이 “그런 적이 없다”며 발뺌하면서 총장 퇴진 여부를 둘러싼 노조와 총장, 이사회 측의 힘겨루기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지스트 노조는 지난달 “김기선 총장이 지난 2년간 급여 4억여 원 외에 3억 원 이상의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폭로했다. 김 총장이 전 직원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35.20점의 낮은 점수를 받은 만큼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장직과 더불어 정보통신융합연구센터장과 전자전특화연구센터장을 겸직하면서 본인의 결제를 통해 거액의 연구수당을 꼬박꼬박 챙겨왔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교원이 재직 당시 각종 용역을 통해 유치한 연구비를 퇴직 후에도 더 폭넓게 사용하도록 운영기준을 완화·개정하는 등 김 총장이 학교 발전보다는 퇴직 후 노후 준비에만 골몰하는 현실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총장 퇴임 후 명예교수로 남게 될 공산이 큰 김 총장이 자신을 위해 미리 연구비 운영기준을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와 함께 김 총장이 취임 직후인 2019년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인 20회 이상의 원칙 없는 인사권 남발로 스트레스를 받은 여직원 3명이 유산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직후 지스트 홍보팀은 ‘총장과 부총장단이 최근의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긴급 보도자료를 언론에 나누어 준 바 있다.
김 총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사의 표명설’이 갑자기 불거졌고 이사회가 자신의 사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결정해 공표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더욱 존중해 도출된 문제들을 공유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연구 교육기관의 혁신을 선도하고 학교의 재도약을 꾀하자”고 제안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