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양광 보급까지 손 뻗는 환경부… 기대보단 우려

입력 2021-04-05 16:52
LG전자가 지난해 9월 공개한 미래의 집 'LG 씽큐 홈' 외부 전경. 이 건물 외벽에는 총 988의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시스템이 구축됐다. LG전자

환경부가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보급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탄소중립 주무 부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다만 BIPV 모듈은 일반 태양광 모듈보다 효율이 40%가량 떨어지는 등 기술이 설익은 수준이고, 관련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성급한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달 8일 산하기관·공기업을 비롯해 학계 및 환경·에너지 관련 협단체, 삼성물산·LG전자·솔란드 등 업계 관계자를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BIPV 보급’에 관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공공부문부터 BIPV 보급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누가(어느 부처가) 메인이 되느냐는 재생에너지 종류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하기관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보급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IPV는 건물 외벽·유리 등에 태양광 모듈을 장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도심에서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발전(發電)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산지 태양광 문제로 입지 한계를 드러낸 이후 국내에서 활용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기존 공공기관 건물에는 외관 공사를 통해 BIPV 모듈을 벽면에 붙이고, 신축 건물은 건축자재 단계부터 BIPV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전담조직(TF)도 구성했다.

다만 환경부의 BIPV 보급 사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태양광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와 함께 보급을 주도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역할을 해온 환경부가 이례적으로 태양광 보급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와 업계는 BIPV 기술 수준도 문제 삼는다. 한 모듈 제조사 관계자는 “BIPV는 국내에서 아직 시장조차 열리지 않은 분야”라며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A사가 태양전지 60장으로 제조한 같은 크기의 제품을 기준으로 일반 태양광 모듈은 최대 19~20% 효율을 내지만, BIPV 모듈은 12~15% 수준에 불과하다. 출력의 경우 일반 모듈은 370~380W지만, BIPV 모듈은 120~160W 정도다.

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는 “입사각이 60도가 넘는 BIPV는 일반 모듈보다 효율이 40% 정도 떨어진다”며 “효율 20%를 내는 태양광 모듈을 BIPV로 활용하면 효율이 12~13%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미성을 고려해 모듈에 색깔을 입히면 효율은 더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보급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BIPV 기술 수준에 대해 “일반 모듈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R&D를 통해 보급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는 단계”라고 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