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블루웨이브’를 달성한 뒤로 코로나19 경비부양책에 대한 감시기구들의 견제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달러의 예산이 소홀한 감시 속에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조9000억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며 이를 평가할 감시기구를 신설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양책을 실시할 당시 복수의 감시·견제기구가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WP는 수조달러의 자금이 정부에 의해 풀렸음에도 지난 1년간 최소 3개 이상의 감시기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력화 요인으로 여야 간 정쟁과 일 처리가 느린 관료제, 더딘 예산 집행 등이 언급됐다.
감시기구 자체가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감시기구는 제한된 예산 탓에 직원 채용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 기구에서는 36명에 불과한 직원들이 수조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전부 검토하고 있다.
감시기구들의 이같은 무력화 현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더 심화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데 치중하는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행한 경기부양 패키지법 예산을 견제하기 위해 신설된 의회 산하 소위원회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10번의 청문회를 열었으나 대선 이후인 10월부터 현재까지는 단 한 차례의 청문회도 소집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설된 연방의회감시위원회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의 긴 정쟁 끝에 올해 신임 위원장을 임명하는 데 실패해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시위는 13년 전 무명 교수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크게 활약해 주목을 받았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조직이다. 보도에 따르면 워런은 취임 1년 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15번의 청문회를 소집해 10억달러 이상의 불필요한 재무부 예산을 삭감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해에도 감시위는 세 차례 이상의 청문회를 열고 경기부양 패키지의 예상 효과와 세부 예산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불량한 기업에 대한 7억달러 규모의 대출 예산을 적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지키는 시민‘을 이끄는 노아 북빈더는 “권력을 견제할 목적으로 감시 기구를 만들어놓고 몇 달 동안이나 수장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그 기구는 물론 예산 감시라는 기능 자체도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민주당은 지난해 내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정쟁을 계속해왔다”면서 “올해 정치 권력을 획득한 이후에는 정부 지출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