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 배후설까지… 요르단 ‘왕자의 난’ 진실게임

입력 2021-04-05 15:02
국왕 압둘라 2세의 이복동생 함자 빈 후세인 왕자. AFP연합뉴스

요르단 ‘왕자의 난’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국왕 압둘라 2세의 이복동생 함자 빈 후세인 왕자가 현 국왕을 겨냥한 음모를 꾸미다가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함자 왕자의 배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함자 왕자 측은 쿠데타 기도설은 사실이 아니며 모사드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요르단 국민들의 대(對)이스라엘 감정이 나쁜 점을 미뤄, 요르단 정부가 함자 왕자를 겨냥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함자 왕자가 바셈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과 왕실 인사인 샤리프 하산 빈 자이드와 결탁해 국가의 안보와 안정을 침해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사파디 장관은 이들 세 사람이 외세와 결탁해 궁정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최소 1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자 왕자는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가에 대항하도록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사파디 장관은 외세가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를 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파디 장관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수 시간 후 요르단 뉴스통신사 암몬은 함자 왕자가 전직 모사드 요원인 이스라엘인 사업가 로이 샤포슈닉이 이번 음모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샤포슈닉이 함자 왕자의 부인에게 접근해 이들 가족이 외국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샤포슈닉은 요르단 측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자신은 쿠데타 음모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모사드에서 요원으로 일한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함자 왕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우정의 일환으로 도움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샤포슈닉은 “나는 유럽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으로서 이스라엘 정보기관에서 그 어떤 직책도 맡은 바 없다”면서 “요르단에서 발생한 사건과 그 일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함자 왕자와 가까운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함자 왕자는 지난 지난 3일 샤포슈닉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가택연금 상태에 놓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샤포슈닉은 즉각 함자 왕자의 부인에게 ‘제트 비행기를 보내줄테니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자녀들과 함께 외국에 머물러 있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후 샤포슈닉은 함자 왕자 측과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