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LH직원 첫 구속영장 신청…“업무 연관 명확”

입력 2021-04-05 13:40 수정 2021-04-05 14:25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처음으로 LH 직원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일 오후 업무상 비밀이용 등 혐의로 LH 직원 A씨를 포함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이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전현직 직원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A씨가 첫 사례다.

A씨는 이제껏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수의 3기 신도시 토지를 사들여 이번 투기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일명 ‘강사장’보다 더 핵심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강사장’ 강모씨 등 15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를 매입한 것은 2017년 9월부터 2020년 사이다.

이들은 주변 지인까지 더해 28명의 명의로 14개 필지를 사들였는데, 주로 광명 옥길동과 시흥 과림동, 무지내동 등 3기 신도시 외곽지역에 분포돼 있다.

반면 A씨 및 주변 지인들은 강씨 등보다 앞선 2017년 3월부터 36명의 명의로 2018년 12월까지 22개 필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매입 토지는 광명 노온사동에 집중됐는데, 3기 신도시 중심에 위치한 핵심 토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 등보다 더 이른 시점에 보다 개발지에 가까운 토지를 더 많이 매입한 것이다.


특히 경찰은 A씨가 내부 미공개 정보를 직접 활용하고 주변에도 건네 땅 투기를 야기한 이번 사건의 ‘뿌리’ 중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초 A씨는 3기 신도시 개발부서에 근무했는데, 신도시 예상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 명의 대신 가족과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였는데, 각각의 구매 시점이 A씨 근무처에서 특정 개발 관련 결정 사항이 확정될 시기와 맞물려 있어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해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A씨가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북본부 관련자 및 전북지역 의사들에게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정보를 건넨 정황도 확인했다.

민변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현직 직원 일부도 A씨로부터 개발 정보를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강씨 등에게도 개발 정보를 건넸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수사 대상들과 달리 A씨의 경우 업무와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기 때문에 정보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정관계 인사들이나 다른 LH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이끌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기존 고발 사건 외에도 추가적인 범죄 혐의를 발견해 수십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구준 국수본 본부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LH 의혹) 핵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최근 5년간 자금흐름 등 빅데이터를 분석했다”며 “고발이나 수사의뢰뿐 아니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혐의자들을 다수 특정했고, 정보나 자금 흐름 같은 부동산 투기 실체의 상당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 본부장은 “앞으로 혐의가 확인된 피의자는 구속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는다는 자세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성역없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합수본은 현재 부동산 투기 의혹 152건과 관련해 639명을 내사 또는 수사하고 있다. 이 중 3기 신도시 관련 사안이 51건이며, 관련자는 200명으로 집계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