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막자…“직접 가져가” 택배 쌓여 아수라장된 아파트

입력 2021-04-05 11:31 수정 2021-04-05 13:11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도로 출입을 금지하자 이에 맞서 배송기사들이 택배를 정문 근처에 쌓아 놓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일 강동구의 한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 앞에 택배 상자 1000여개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날 해당 아파트가 단지 내 지상 도로의 차량 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택배 차량 통제를 시작한 데 따른 결과다.

아파트 측은 지난해부터 이와 같은 방침을 택배사에 예고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에 “애초 이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다”며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으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말 단지 내에서 택배차가 아이를 칠 뻔한 적도 있었고, 택배차가 자주 다니면 보도블록이 파손돼 관리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주민들이 판단한 것”이라며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지침에 협조하지만, 일부 기사만 ‘배짱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택배기사들은 택배 차량 대부분이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차체가 높아 단지 내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맞섰다. 택배기사 유모(39)씨는 연합뉴스에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 차량으로 바꾸라는 아파트 측 요청도 있었지만, 개인사업자인 기사들이 사비 수백만원과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차를 개조할 여유가 없다”며 “각 동 근처 도로에 차를 세우고 배달하려 해도 불법 주차로 교통범칙금을 내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주민 3500여명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1일부터 택배 관련 글이 계속 올라오는 등 대안을 찾으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택배 차량을 위한 별도의 동선을 만들거나, 단지 내에 배송된 택배 물품을 노인 배달원들이 각 세대로 재배송하는 ‘실버 택배’를 도입해 갈등을 해소한 인천 지역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