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유권자 그룹이 아시아계
아시아계, 부동층 많아…출신 국가 따라 지지정당 차이
정계 진출도 활발해져…한국계 연방 하원의원도 4명
캘리포니아주만 600만명…무시할 수없는 유권자그룹
미국에서 아시아계 출신 사람들이 증오 범죄의 타깃이 되는 상황에 대해 자각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그동안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인종적·민족적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은 집단이었으며, 아시아계 공동체나 옹호 단체의 참여도 저조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투표율도 크게 높아졌으며, 공직에 도전하는 아시아계 출신 인사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전체 인구는 3억 310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센서스)은 2019년 7월 미국 인구조사에서 아시아계 비율이 5.9%라고 밝혔다.
한국계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직접적인 자각을 준 것은 지난달 16일 발생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었다. 이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졌다.
특히 이 사건을 통해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삼은 증오 범죄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에 맞서 애틀랜타를 비롯해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 미국 전 지역으로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애틀랜타 인근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국계 마이크 박(42)씨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작은 집단거주지에 머물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박씨는 “이 끔찍한 사건이 사람들을 뭉치게 했다”면서 “그것은 진정한 자각이었다”고 강조했다.
NYT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미국이 아시아에 대해 이민을 개방했던 1965년 이후 미국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세대별로, 민족별로, 계층별로 갈라져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빈부격차가 미국 내의 다른 인종들과 비교할 때 가장 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NYT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정치세력으로 형체를 갖추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유권자 그룹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라고 보도했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투표율 높아져
정치화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대부분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아시아계 출신들의 특징이다. 다른 미국인들의 경우 민주당 또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모와 함께 자라면서 정치적 이념을 이어받지만,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부모 세대가 정치에 거리를 뒀기 때문에 중도 성향이 많다는 설명이다.
정책별로 분석할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민주당 정책 중에선 총기 규제·건강 보험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공화당 정책 중에선 소상공인 지원, 법·질서 강조를 옹호하고 있다.
NYT는 역대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1992년 대선에선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에 표를 많이 줬지만, 최근엔 민주당 지지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또 출신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어, 전통적으로 베트남 출신들은 공화당을 지지하고, 인도 출신들은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대선 결과에서 아시아계 출신들이 누구에게 표를 많이 던졌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분명한 한 가지는 아시아계 출신들의 투표율이 다른 선거 때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2020년 대선에서 다른 어떤 인종·민족 그룹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율이 가장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계 출신들, 뉴욕·보스턴 시장도 도전
아시아계 출신 인사들의 정계 진출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졌던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 의원 4명이 당선됐다. 이는 역대 최다다.
대만 이민자 2세인 앤드루 양은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반짝 돌풍을 일으켰다가 중도 사퇴했다.
역시 대만계인 미셸 우 보스턴 시의원은 보스턴 시장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성인 우 시의원이 당선될 경우 1822년 첫 시장을 뽑은 이후 199년간 백인 남성이 독점한 보스턴 시장 자리에 오르는 첫 유색 인종 여성이 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업가이면서 보수정치활동가로 활동하는 필리핀계 마크 앙은 “캘리포니아주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숫자가 600만명이며, 이는 싱가포르 전체 인구에 해당되는 규모”라며 “이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유권자 연합이 됐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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