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셔너리 커피로드] 선교를 위한 축복의 열매, 커피의 시작

입력 2021-04-04 22:13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여 국민이 하루에 1잔 이상은 마시는 시대가 되었다. 커피나무 1그루에 수확하는 커피양이 약 500g 정도인데 이는 1명을 위해 매달 1그루의 나무에서 그린 커피를 수확해야 할 만큼 많은 양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커피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원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 상품이 되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커피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을까? 커피의 발견 전설 중에 칼디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제가 마법의 식물을 찾았습니다.” “이것은 기적의 열매입니다.” 숨겨진 보화를 발견한 듯 상기된 얼굴로 염소지기 칼디의 양손에는 붉은 열매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어느 날 방목해 둔 염소 중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신나게 뛰어노는 염소들을 발견하였다. 이 일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고 칼디는 궁금하여 염소들의 행동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산의 나무에 붉은 열매를 먹은 염소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뛰어논다는 것을 발견한 칼디는 자신도 나무의 붉은 열매를 따 먹어 보았다. 놀랍게도 피곤이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며 온몸에 활기가 넘치는 것을 경험한 후 칼디는 이 사실을 수도승에게 알려 주었다. 이후 수도승들 또한 잠을 쫓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약으로 쓰면서 이 붉은 열매는 이슬람 사원에서 수행의 묘약으로 퍼지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슬람에서 전해지는 또 다른 신화가 있다. 신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에 따르면 모하메드가 과도한 수면 욕구에 빠지는 중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를 구하기 위해 천사가 이상한 검은 음료를 가지고 나타나 모하메드에게 전해 주었고 이 음료를 마신 모하메드는 수면 욕구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이 음료의 이름을 ‘자극하는 것’이란 뜻을 가진 카베(Kaweh)로 불렀다고 한다.

또한 역사 문헌상 커피는 분(Bun) 또는 번컴(Bunchum)으로 기술되어 있다. 페르시아의 의학자인 라제스(Rhazes, 850~922)는 ‘의학집성’ 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약으로 기술하였고, 그 문헌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 자생하는 ‘분’과 그 즙인 ‘번컴’은 ‘자극적이고 산뜻한 맛을 가져 위에 좋다’라고 기술되었다. 이슬람의 의학자 아비세나(Avicena, 980~1037)도 ‘의학법전’에 ‘분’과 ‘번컴’의 의학적 효능을 기술하였는데 이 문헌들에 등장하는 커피는 지금의 커피처럼 추출된 커피가 아닌 커피 열매 자체의 효능을 기술한 것이다.

전설이고 신화 이야기로 시작하였지만 실제로 잠을 쫓고 기도에 집중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커피에 전 세계 사람들은 크게 매료되었다. 이렇게 전파된 커피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 지금 커피는 ‘제3의 물결’을 맞이했다. 커피의 기본 효능은 변함이 없지만 품질의 기준이 변하여 이전에는 ‘커피’하면 떫고 쓴맛을 떠올렸다면 이제는 과일의 상큼함과 단맛이 풍부하고 때로는 화사한 꽃 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인에 의해서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커피의 싱그러운 향미가 더해져 ‘힐링’까지 된다. 늘 마셔왔던 떫고 씁쓸한 커피가 아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맛과 향은 칼디가 마법의 식물이라 외치며 받았던 감동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물론 이런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스킬이 요구된다.

커피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게 이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커피를 통해 복음의 다리가 되어 전파하고, 가르치고, 치료하라는 예수님의 3대 사역을 감당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오늘도 역시 커피로 시작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손에 들린 커피잔을 바라본다. 기적이자 마법 같았던 열매는 선교적 사명을 위한 축복의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